태어난 지 100일 된 딸에게 수면제를 탄 분유를 먹이고, 아이가 구토하는 등 문제가 생겼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최석진)는 19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을 이수할 것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10시23분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 B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100일 된 딸을 혼자 돌보다가 졸피뎀 성분 수면제를 탄 분유를 딸에게 먹이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면제는 A씨와 B씨의 불면증 때문에 병원 처방으로 받은 약이었다.
A씨는 수면제 분유를 먹은 딸은 저체온증을 일으키고 구토하는 등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상태에서 딸을 바닥에 떨어뜨려 머리를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A씨는 특히 사기죄로 지명수배된 상태에서 처벌이 두려워 딸이 의식을 잃었는데도 119에 구조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기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급하게 분유를 탔는데 제가 마시려고 준비해 둔 수면제가 섞인 물을 실수로 사용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B씨도 지난 7월 17일 A씨에 대한 2차 심리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고의가 아닌 실수일 뿐, 착한 아빠였고 착한 사람이며 본인이 더 억울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집이 반지하라 불을 켜도 어둡고 남편이 눈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명령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은 겨우 100일이 넘은 피해 아동에게 졸피뎀 성분의 약을 먹이고도 실수였다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범행 방법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고 중형을 구형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반지하라 낮에도 집안이 어두워 수면제를 녹인 생수를 실수로 탄 것”이라며 “어렵게 얻은 친자식을 대상으로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A씨 역시 “고의로 약을 먹이려던 것이 아니다. 당시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주장하는 시간과 실제 딸에게 분유를 먹인 추정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점, 위급 상황에서 신고 대신 구속을 우려해 아내 계좌로 돈을 송금한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약물의 반감기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주장과 달리 낮이 아닌 저녁에 졸피뎀을 탄 분유를 먹인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라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급하게 분유를 타느라 실수한 것이라는 피고인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은 딸이 구토하고 코에서 분유가 흘러나오는데도 아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1시간 넘게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지명수배된 상태라 두려워 아동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실수로 먹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음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다만 “A씨가 범행 전 학대한 정황은 없고 동영상을 많이 촬영하는 등 아끼는 모습도 보이나 아기가 잘못될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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