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도맡았던 아내가 아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 가정일보다 외모 가꾸기에 열중해 이혼을 고민한다는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
1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가정을 방치한 아내에게 실망했다는 직장인 남편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에 따르면 한때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던 아내는 10년 전 결혼과 동시에 아기가 생기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회사 업무 탓에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아 아내가 혼자 육아를 도맡아 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원에 다니며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아내는 건강을 챙기겠다며 헬스장을 등록했다. 이후 트레이너의 권유로 보디 프로필(보프) 사진을 찍기로 했고, 종일 운동에 매진했다. 자기관리에 몰두해 아이 등교나 저녁 식사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었다.
아내가 보디 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만 참으면 끝날 거라 생각한 A씨는 일단 참고 이해했다. 그러나 아내는 ‘원래 보디 프로필은 여러 번 찍는 것’이라며 추가 촬영을 예약했고,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급기야 아내는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며 가슴 확대 수술까지 받았다.
A씨가 가장 화난 부분은 아이 돌봄 문제였다. 아이는 아내가 먹으려고 산 샐러드와 닭가슴살로 매번 저녁을 해결했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A씨는 “외모에만 신경 쓰고 아이와 가정을 방치한 아내에게 실망했다”며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이채원 변호사는 “부부가 이혼하려면 재판상 이혼 원인을 규정하는 민법 제840조 각호의 사유에 해당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외모 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이혼 사유가 될 순 없지만 외모 관리에만 치중해 가정을 아예 방치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에는 3호의 ‘배우자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 근무량이 상당해 아이를 돌보고 가계를 꾸려나가는 것은 아내의 역할이었는데, 하루 3번씩 운동을 나가고 외모 시술을 받느라 아이를 방치한 것은 그 정도에 따라 유기에 해당한다”며 “자녀의 양육 환경을 우선시하는 우리 법원의 태도로 봤을 때 유책배우자로 인정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내가 운동 때문에 집을 내팽개치고 육아까지 소홀히 한 점에 대해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내가 갑자기 운동에 빠지게 된 이유는 10년 넘게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양가 부모님과 남편의 도움 없이 독박육아를 하며 고생했던 날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내가 이런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반박해 인정된다면 위자료 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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