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 병원에 머무르던 민간인 5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 전역에서 규탄 시위가 들끓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 세계의 분노가 증폭되면서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피의 보복’ 국면이 악순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집트, 레바논, 이란, 튀르키예 등 중동 지역 곳곳에서는 18일(현지시간) 이른 새벽부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전날 밤 가자시티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 IDF의 공습이 발생해 최소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이다.
이스라엘이 며칠째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한 채 공습을 감행하며 누적됐던 중동인들의 분노가 이날 병원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당국이 사망자 500여명 중 대부분이 아이와 여성이라고 밝히면서 격앙된 감정이 터져나왔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이집트 카이로, 예멘 타이즈, 모로코 라바트, 이라크 바그다드, 튀니지 튀니스 등 동시다발적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밖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분노를 표출했다.
팔레스타인 온건파 자치정부가 있는 서안지구에서도 충돌이 격화하는 중이다. 라말라 등 서안지구 주요 도시에서는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들며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선언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는 수백명이 모여 헤즈볼라 깃발을 들고 대사관 정문에 돌을 던졌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하면서 배후로 지목한 팔레스타인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는 “전 세계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 당장 각국 이스라엘 대사관과 팔레스타인인 학살 행위를 옹호하는 국가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에 지지 목소리를 내던 서방 자유 진영에서도 이번만큼은 자위권 수준으로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가자지구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겠다”며 “엄청난 인명 손실이 발생했다. 영국은 민간인 생명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 성명도 잇따르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드 사무총장은 병원 공습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스라엘을 무조건적으 지원한 것에 따른 대가”라며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 더 많은 전쟁 범죄를 부를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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