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가 남군과 여군의 경례 자세를 다르게 표현한 형상 구조물이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도라산 전망대 여군 조형물을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파주시가 여군 조형물을 새로 배치하지 않고 남군 조형물만 남겨놓겠다는 입장이어서 ‘소극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파주시는 도라산 전망대 잔디광장에 설치된 남성과 여성 군인 형상 구조물 중 여군 조형물을 지난달 30일 철거했다.
이 구조물은 얼굴 위치에 구멍을 내 방문객이 본인 얼굴을 넣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해 둔 포토존이었다. 그런데 남성 군인은 바른 자세로 경례를 하는 모습인 반면 여성 군인은 허리에 한쪽 손을 얹고 한 다리를 살짝 꺾어 모은 채 주먹을 쥐고 ‘화이팅’하는 자세를 취하는 형태로 설치돼 문제가 됐다.
같은 군인인데도 남군은 군인으로서의 바른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군은 애교를 부리는 자세로 인해 군인이라는 역할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 같은 구조물이 왜곡된 성별 역할을 심어줄 수 있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복무하는 여군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지난달 26일 국방부와 파주시에 철거·변경을 요구했다.
파주시는 이에 따라 문제의 여군 조형물을 철거했지만 새로운 여군 조형물을 세우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도라산 전망대에는 경례하는 남군 조형물만 남아 있는 상태다.
군성폭력상담소가 위탁운영 관리자인 파주도시관광공사 평화관광팀에 추가 문의했지만 “추후 다른 여군 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폭력상담소는 “성차별적 요소를 인정하고 즉각 철거한 파주시의 조치는 유의미하나, 아쉬운 점은 구조물을 올바른 경례 자세의 여군으로 변경 설치하거나 남군도 동반 철거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는 문제 상황 자체를 지우는 소극적 방식으로, 성차별 문제해결에 대한 파주시 인식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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