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캐나다 이중국적자인 한 20대 청년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 수류탄에 자신의 몸을 던져 약혼자를 구했다고 캐나다 CTV뉴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의 주인공 네타 엡스타인(21)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의 여러 마을을 기습 공격했을 때 약혼자 아이린 샤빗과 함께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의 아파트에 있었다. 약 750명이 사는 이 키부츠는 하마스의 학살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엡스타인은 같은 키부츠에 살던 어머니 아일릿 샤샤르-엡스타인에게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이 소란스럽고 자동차 경적이 계속 들린다. 총성도 들린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또 “그들이 여기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고 한다.
샤샤르-엡스타인이 아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키부츠 내 안전 가옥으로 친척들과 함께 피신하는 사이 엡스타인의 아파트는 하마스의 목표물이 됐다.
곧 엡스타인의 약혼자 샤빗이 샤샤르-엡스타인에게 “아파트로 (하마스) 공격대가 쳐들어 와 수류탄을 던졌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어 “세 번째 수류탄이 가까이에 떨어졌다”고 알렸다. 샤빗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엡스타인이 몸을 던졌다. 군대에서 훈련받은 것처럼 수류탄 위로 점프했다”며 사망 소식을 전했다. 샤빗은 7일 오후 안전실에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 구조됐다.
샤샤르-엡스타인은 “아들이 몸으로 폭발을 덮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대신 약혼자 샤빗의 생명을 구했다”며 “나의 아들은 외면도, 내면도 아름다운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엡스타인을 임신하고 있을 때인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테러를 TV로 봤었다”며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이가 그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엡스타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불우한 청소년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1년 6개월을 만난 샤빗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한다.
엡스타인은 여전히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크파르 아자 희생자 50여명 중 한 명이다. 엡스타인의 할머니도 같은 날 사망한 채 집 현관에서 발견됐다. 엡스타인의 아파트 근처에 살던 샤샤르-엡스타인의 조카는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토론토 이스라엘 총영사관은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캐나다인이 5명으로 늘었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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