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가 시대의 변화와 교회의 현실을 교단 헌법(장정)에 반영하는 법 개정에 나선다. 기감은 제35회 입법의회 소집 공문과 법률개정안이 담긴 자료집을 16일 발송했다.
개정안에는 교회들의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 교회 개척 시 필요한 등록 입교인 수 기준을 현행 12명에서 5명으로 낮추자는 안이 상정됐다. 현행 장정에서 입교인 수 12명 이하인 개척교회의 목사는 사역하지 않는 무직 상태로 간주한다. 기감 목회자는 교회를 개척하거나 부교역자로 사역하지 않으면 진급에 불이익을 받는다. 입법의회에 올릴 개정안을 추리는 장정개정위원회는 ‘실제로 개척할 때 교인이 없어 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비고란에 개정 취지를 적었다.
작은교회의 현실과 단독목회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으로 공동목회가 주목받는 가운데 기감에서도 공동목회의 길이 열릴지도 관심을 끈다. ‘담임자의 파송 및 공동목회’와 관련한 개정안에는 교회의 필요에 따라 연회가 결의하면 공동목회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는 내용이 담겼다.
2021년 제34회 입법의회가 허락한 공유교회에 대해서도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올라왔다. 공유교회는 하나의 예배당 공간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제도다. 현행 장정은 공유교회와 관련한 모든 기준을 연회 내규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연회마다 기준이 다르다. 이번 개정안은 북한 이탈 주민 조선족 고려인 다문화인 교역자만 연회와 무관하게 공유교회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홍규 기감 총회행정부 부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 임대료 문제를 겪는 교회가 많아진 가운데 공유교회에 대한 필요성이 교단 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큰 교회들이 탈북자 다문화 등 특수한 목회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안들도 많았다.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청장년선교회 상한 나이를 만 47세에서 만 49세로 올리자는 안건이 상정됐다. 교회 내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권사뿐 아니라 집사도 지방회 대표로 선출할 수 있게 하고, 연회와 총회의 대표 15%를 각각 여성과 50세 미만으로 선출하는 안이 본회의에서 다뤄진다. 장로와 준회원 진급 과정, 연회 정회원 연수과정에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관련 교육과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자는 개정안도 눈에 띈다.
개정안에는 감리회 내 3개 신학대학원(감신 목원 협성) 통합 기관인 일명 ‘웨슬리신학대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단계별 이행안도 담겼다. 웨슬리신학대학원은 2024년 2월까지 통합을 마치고 2025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기감은 오는 25~27일 강원도 고성 소노캄 델피노 리조트에서 제35회 입법의회를 열고 개정안을 토대로 입법 절차를 밟는다. 이철 기감 감독회장은 10월 목회 서신에서 “다가오는 제35회 입법의회는 미래 감리교회를 위한 씨앗을 심는 시간”이라며 “입법회원들과 목회자, 평신도지도자들이 한 톨의 씨앗을 갈무리해 풍성한 내일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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