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근교에서 70대 남성이 이슬람 증오 범죄로 6세 소년을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을 계기로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한 범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은 1급 살인 및 살인미수, 증오범죄 혐의로 조셉 추바(71)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추바는 지난 14일 시카고 남서부 근교의 플레인필드 타운십의 한 주택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6세 소년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소년의 어머니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조사에 따르면 추바는 숨진 소년의 가족이 세 들어 살던 주택의 집주인이었다. 그는 당시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된다.
소년의 아버지가 CAIR에 진술한 바에 의하면 집주인인 추바는 지난 14일 소년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소년의 어머니는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 추바는 “너희 무슬림들은 죽어야 돼!”라고 소리치며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흉기를 휘둘렀다. 어머니는 가까스로 화장실로 대피해 911에 신고한 뒤 화장실 밖에 나왔을 때 어린 아들이 흉기에 수십차례 찔려 있었다.
소년은 약 26군데에 자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소년의 어머니도 12군데 자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추바는 범행 직후 주택 앞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경찰에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아버지의 진술과 범행 증거들을 토대로 “용의자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피해자가 이슬람 교도라는 이유로 잔인한게 공격했다”고 판단했다.
CAIR은 성명을 내고 “정치, 언론,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표현과 팔레스타인 인종차별을 멈추어달라”며 “무거운 마음으로 소년과 그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해 증가하는 위협을 추적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FBI는 종교 지도자들과 연락해 지역사회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 내 유대교 및 이슬람 관련 종교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긴장이 고조된 현 상황에서 절대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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