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급성 간농양(간에 고름이 참)과 간부전으로 간 이식까지 고려됐던 50대 여성의 간에서 개회충이 발견돼 극적으로 치료받은 드문 사례가 국제학계에 보고됐다.
평소 기저질환이 없던 이 여성은 올해 초 갑자기 39도 고열에 시달리고 오른쪽 배에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엔 기생충 감염에 의한 간농양이 드물지만, 익히지 않은 생고기나 생간, 오염된 흙이 묻은 야채를 섭취할 경우 간이나 폐 눈 뇌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와 조문영 임상강사, 이성학 병리과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위장병학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이 같은 증례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해당 여성은 백혈구, 호산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심각한 간농양이 확인돼 입원했다. 간농양은 면역기능이 떨어졌거나 세균이 간으로 침투해 발생하며 간에 종괴 같은 고름이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던 환자는 급격하게 간 기능이 손상되는 간부전으로 악화했고, 간이식 수술까지 논의돼 해당 병원으로 전원됐다.
연구팀이 시행한 간 조직 검사에서 개회충 유충을 발견했고 그로 인한 간농양 및 간동맥 가성동맥류 출혈로 진단됐다. 개회충 감염을 치료하는 항원충제(구충제) 복용과 염증반응을 개선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 치료가 병행됐다. 급격한 간부전 악화와 출혈로 간이식까지 논의하던 환자는 약물 치료와 보존적 시술만으로 호전돼 퇴원했다.
개회충증으로 인한 간농양과 합병증 사례 보고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분명한 개회충을 찾아내고, 심각한 수준의 염증과 출혈을 극적으로 호전시킨 증례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환자는 현재까지 큰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
성 교수는 16일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기생충 감염 및 잠복을 확인하기 위해 피 검사(항체검사)를 시행한 결과, 개회충 감염 표지자가 50%까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생식을 하는 경우 발열, 복통, 간기능 이상을 보인다면 개회충 등 기생충 감염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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