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한국인 163명과 외국인 57명을 태운 우리 공군 수송기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공군기를 타고 이스라엘에서 벗어난 외국인 중 51명은 일본인과 그들의 다른 국적 가족이다. 일본 SNS에서 “한국군 감사합니다”고 한글로 적은 인사가 줄을 이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이스라엘에서 한국인, 일본인, 싱가포르인을 포함해 모두 220명을 태운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지난 14일 밤 10시45분쯤 서울공항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이 수송기는 지난 13일 정오쯤 한국에서 출발해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공항에 도착했다. 수송기는 텔아비브에서 우리 국민 장기 체류자 81명, 단기 여행자 82명, 일본인과 그들의 다른 국적 가족 51명, 싱가포르인 6명을 태우고 현지시간으로 14일 새벽 이륙했다.
정부는 가용 좌석 230여석인 이 수송기에 탑승을 희망한 한국인에게 좌석을 우선 배정하고 여유분을 확인한 뒤 일본 정부에 탑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일본 주요 언론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 14일 오후 2시3분 SNS 플랫폼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에서 피신한 일본인 51명이 한국군 수송기에 탑승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을 떠나는 일본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아기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우리 공군 장교의 사진이 뉴스 게시물에 첨부됐다. 사진에 등장한 장교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KC-330 조종사 박종현 소령이다.
이 뉴스 게시물은 15일 오전 10시50분 현재 311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1만2000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지난 14일 이후 NHK 엑스 계정에 올라온 다른 뉴스 게시물은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30만회 미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0배 이상의 조회수에서 우리 공군의 일본인 귀국 협조 소식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호응을 엿볼 수 있다.
NHK 뉴스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서 “일본인의 안전한 퇴피에 협력한 한국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기에게 말을 거는 군인의 미소. 국적을 넘어 (수송기에) 탑승시켜준 한국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가 줄을 이었다.
일본어를 한글로 번역해 “한국군 감사합니다”라고 적어 우애의 뜻을 나타낸 일본인들의 게시물도 엑스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15일 오전 11시부터 20분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상호 적극적으로 협조하자고 논의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도 우리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공교롭게 일본 정부가 이스라엘에서 자국민 8명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수송한다는 소식은 이날 0시35분쯤 NHK 엑스 계정에 올라왔다. 일본 정부가 다급하게 항공편을 물색한 결과였지만, 현지 엑스 이용자들은 우리 공군의 수송 규모와 비교하며 비판했다.
한 일본인 엑스 이용자는 “한국보다 하루 늦었고, 그것도 두바이까지 가면서 고작 8명을 실어온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수송기의 유료 논란도 불거졌다. 일본 FNN방송은 “이스라엘에서 일본인의 대피를 돕기 위해 정부가 두바이행 전세기 1편을 수배했지만 1인당 3만엔의 비용이 들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국 등 항공기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응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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