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약 110만명 전원에게 24시간 이내 남쪽으로 이동하라는 대피령을 내리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중환자들에게는 사형선고”라고 비판했다.
타릭 자사레빅 WHO 대변인은 1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병원 환자를 가자지구 남쪽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WHO에 알렸다”고 밝혔다.
자사레빅 대변인은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는 게 유일한 생존 수단인 부상자가 (가자지구에) 많다”며 “이런 중환자들을 옮기는 건 그들에겐 사형 선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지의 의료진에게 그렇게 (환자를 대피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잔인함 그 이상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즉각 대피령은 가자지구 내 중환자 등 취약자의 인도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내고 “며칠 안에 가자시티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가자시티의 모든 민간인에게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0시쯤 유엔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여명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유엔은 매우 파괴적인 결과 없이 이런 이동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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