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통신장비 등에 사용되는 군용 리튬배터리가 매년 10차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무전 훈련 중 갑자기 터지거나 ‘신궁’ 미사일용 배터리가 폭발한 경우까지 있었다.
최근 3년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장병들의 안전이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해·공군과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확보한 ‘최근 3년(2021년 1월~2023년 9월) 간 국군 리튬배터리 폭발·화재사고 및 대책 현황’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육군과 해병대에서 지난 3년 동안 31건의 리튬배터리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공군과 해군에서는 사고가 없었다.
이 가운데 육군에서 발생한 폭발은 27건, 화재가 1건이었다. 해병대에서는 3건의 리튬배터리 폭발이 있었다.
사고는 무전기 등 통신장비용 리튬배터리에서 빈발했다. 단거리 FM무전기인 PRC-999K, 장거리 AM무전기인 PRC-950K에 결합해 사용하는 리튬배터리에서 각각 19건과 6건의 사고가 집중됐다.
군용 리튬배터리 사고는 큰 화재로 이어지기도 했다. 2021년 3월 경기도 한 부대의 통신창고에 보관된 리튬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61종의 통신장비 4141개가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차 9대가 동원돼 진화에 35분이 걸렸다. 리튬배터리 폭발이 언제든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통신장비 외에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의 야간조준경에 들어가는 리튬배터리가 파열되기도 했다.
지난 7월 해병대 한 부대 상황실 서랍장에 보관 중이던 신궁용 리튬배터리가 갑자기 폭발했다.
사고가 난 리튬배터리의 대부분이 한 국내 업체가 만든 제품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더 문제는 별다른 징후나 전조증상 없이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공급 업체는 이상 상태시 저전압 경보음이 울리거나 외부 팽창·가스 같은 징후를 보인다고 밝혔지만, 장병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육군 한 여단이 지난 5월 작성한 ‘사용자 불만 보고서’를 보면 6명의 훈련자는 가까운 거리에서도 경고음을 듣지 못했고, 외부 팽창·가스·냄새 등의 현상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예측이 어려운 무분별한 폭발 사고가 반복되는 셈이다.
군은 사고방지 대책으로 2021년 6월 리튬배터리 보호 회로와 내화성 포장지를 개선했지만,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내부 압력의 상승을 막는 연구는 오는 12월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리튬배터리를 대체할 ‘공기아연전지’가 시범운영 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도입이 늦다는 것이 안규백 의원의 지적이다.
안 의원은 “리튬배터리 폭발은 단순한 장비 고장이 아니라 장병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라며 “이미 ‘공기아연전지’라는 대체재가 마련된 만큼 군은 조속히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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