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를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일단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 재송부 요청 등 절차에 따라 임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여야가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그런 식으로 태도를 유지하면 본인이 사퇴를 하든가”라고 하자 격앙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에서 퇴장했다. 김 후보자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에도 복귀하지 않아 청문회 파행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8일 김 후보자가 청문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줄행랑에 코인 보유 논란까지 의혹 백화점”이라며 “정부·여당이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렵게 생각한다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고 윤 대통령이 재송부 요청 절차를 거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김 후보자는 현 정부 들어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19번째 장관급 인사로 기록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7일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신 장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다만 함께 임명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엔 여야 합의로 부적격 의견이 병기된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김 후보자 임명 문제뿐 아니라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부결된 데 따른 후속 조치 과정에서 여야 대치가 첨예해질 가능성도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8일에도 “민주당이 ‘묻지마 부결’로 정의를 물구나무 세웠다”고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후보자 재지명을 위한 인사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사검증 작업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법부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가 두 달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5년 만의 후보자 낙마 사례를 본 다른 후보군이 모두 지명을 고사한다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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