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연구원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3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지난달 14일 이휘영(28)씨가 을지대병원에서 3명의 중증 환자에게 간과 신장(좌우)을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월 22일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기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휘영이라면 어떠한 결정을 내렸을지 바꿔서 생각해 보니 삶의 끝에서 허무하게 가는 것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명예롭고 보람된 일을 결정했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활동적이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또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을 싫어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성실하고 바른 친구였다고 한다.
이씨는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활 내내 주말마다 종묘에서 문화해설 자원 봉사, 해외 봉사, 숙명여대 박물관 지킴이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대학 졸업 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원으로 일하며 직장 동료들은 물론 상사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웠다.
아버지 이재삼씨는 “애석하게도 짧게 살다 떠나지만, 장기 기증으로 또 다른 생명에게 베풂을 하고 가는구나. 딸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 비통하고 애가 타지만, 이 세상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았던 너 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기도 속에 하늘 나라로 가길 희망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소중한 생명 나눔으로 새롭게 3명이 살 수 있었고 생명을 살리고 떠난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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