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하는 원수님 덕” 근엄한 北선수 웃게한 김수현 말

Է:2023-10-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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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수현(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금메달 북한 송국향(가운데), 은메달 북한 정춘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에서 북한 선수들은 금·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고도 근엄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런 그들을 잠시나마 웃게 한 건 동메달 주인공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의 명랑함이었다.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A그룹 경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는 북한 송국향과 정춘희, 한국 김수현이 참석했다. 송국향이 합계 267㎏(인상 117㎏·용상 150㎏)으로 266㎏(인상 117㎏·용상 149㎏)의 정춘희를 제치고 우승했고, 김수현은 합계 243㎏(인상 105㎏·용상 138㎏)으로 3위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던 랴오구이팡(중국)은 인상 1차시기에서 113㎏을 들고, 2차 시기에서 118㎏을 시도하다 바벨을 뒤로 떨어뜨렸다. 몸에 무리가 간 듯 용상을 포기하면서 실격 처리됐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수현이 용상 2차 시기 136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메달리스트 송국향은 근엄한 표정으로 “오늘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다. 정말 아쉽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은메달을 딴 정춘희도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박수를 쳤다. 이어 “생일인데 경기를 잘 못해서,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많다. 중국 선수가 빨리 나아서,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달 획득에 기뻐하기보다 랴오구이팡을 걱정하는 송국향·정춘희의 소감에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3위 김수현이 아닌 중국의 랴오구이팡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나오길 바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수현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현은 “나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며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말에 송국향과 정춘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어 김수현이 “내가 북한 선수들 중에 림정심 언니를 좋아했는데,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다.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덕담하자, 송국향과 정춘희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송국향(오른쪽), 은메달을 딴 북한 정춘희. 뉴시스

이내 근엄한 표정을 되찾은 송국향과 정춘희는 진지한 소감을 이어갔다. 송국향은 “세계에 앞장서서 이기고, 이겨도 통쾌하게 이기는 것이 우리 조선선수들의 한결같은 결심이고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북한 역도가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부 5체급 금메달을 휩쓴 비결을 묻자 송국향은 울컥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훌륭한 제자의 뒤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서 오늘 우리의 성과 뒤에는 감독 동지들의 수고가 있다. 이런 훌륭한 감독 지도자를 널리 자랑하고 싶다”고 답했다.

북한 역도는 2019년 세계선수권 이후 4년 만에 국제 무대에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을 닫은데다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도 받았다. 4년의 공백에도 북한 역도는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마저 압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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