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여권에서는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부는 김 대표가 직접 단식 현장을 방문해야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이 생긴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여당 측의 방문 가능성이 낮은 탓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직접 찾아와 단식투쟁의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악화한다고 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립서비스’로 평가절하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번 찾아가지도 않느냐는 여론이 있으니 립서비스 한 번 했다고 봐야 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김 대표의 방문은 물론, 김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단식 중단 촉구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까지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방문한다면 단식 중단에 명분이 실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김 대표가 대통령 메시지까지 들고 온다면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와서 대화하겠다는 모습을 비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의) 오늘 메시지는 말 그대로 인간적인 우려와 배려”라며 “아직까지 (단식장 방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건강이 계속 나빠져 민주당에선 어떻게든 단식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지난 12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을 때 당내에선 조사를 마친 이 대표를 바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 지속 의지가 강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의 역할론이 계속 제기된다. 문 전 대통령은 오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국회 근처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MBC라디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수일 내로 직접 상경해 단식을 만류하는 모습을 갖춰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친문재인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단식장에 오실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동환 박성영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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