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을 구타해 숨지게 한 30대 전직 씨름선수가 항소심에서도 사건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고의성을 부인했다.
13일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송석봉) 심리로 열린 상해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A씨(32)는 “짧은 시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어 “수사기관에서 CCTV를 확인하고 저도 충격을 받았다.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제가 맞게 되자, 화가 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이 의료 과실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나, 설사 의료 과실이 인정된다 해도 부검 감정서에 나타난 골절 강도나 CCTV 영상 등을 보면 피고인 상해 행위와 피해자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피해자 B씨와 “오해를 풀겠다”며 함께 술을 마시다가 뺨을 맞자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약 1시간 동안 160차례에 걸쳐 B씨를 폭행했다.
이에 검찰은 “1시간 동안 구타 횟수가 160회 넘는 잔혹한 범죄로, 범행 의도가 살인에 가깝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전직 씨름 선수로 건강한 체격의 A씨가 가해 당시 사망이라는 결과도 충분히 예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피해자 지병이 사망이라는 결과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와 검찰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각 항소했다. 다음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3일 열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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