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상태로 신체 부위를 다른 손님들에게 노출한 50대 남성이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남성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바지 지퍼를 올리는 것을 깜빡한 것일 뿐 음란행위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27일 오후 7시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술집에서 성기를 드러낸 채 20m 가량 걸어 다녔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다른 손님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판단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500만원을 내라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술에 취해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았을 뿐 음란행위를 하려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당시 현장에 설치된 CCTV에는 술집 직원 B씨가 바지 지퍼가 내려간 사실을 알려주자 놀란 A씨가 뒤로 돌아서서 지퍼를 올리는 모습이 담겼다.
홍 판사는 “CCTV를 보면 고의로 성기를 노출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후 A씨는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셨고, 마시던 술을 치운 문제로 B씨와 다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툼 이후 A씨가 신고해 경찰관이 출동하자 B씨는 그를 ‘공연음란으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B씨의 신고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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