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룡’ 구글이 ‘반독점법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법무부에서 약 3년 전에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이 막을 올린다. 미국 연방정부가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이는 건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재판이 12일부터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진행된다.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경쟁 업체 진입을 막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구글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9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기기에서 구글 검색엔진이 기본값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애플, 삼성 등의 제조사와 통신사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제공한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광고 수익을 챙겼다고 본다.
구글 측은 사용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 업무 담당 사장은 “(MS의 검색 엔진) 빙에서 검색어 1위는 ‘구글’인데, 이는 많은 이가 구글 검색엔진을 더 선호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제공한 대가는 일반적 마케팅 비용에 불과하다는 게 구글 입장이라고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전했다.
또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는 지난 1월에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러면서 구글의 온라인 광고 판매소인 ‘AdX(애드 익스체인지)’ 등 광고 관리 플랫폼을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다.
WP는 두 사건에 대해 “향후 수십년 간의 기술 환경을 결정하는 데 한 몫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거대 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져 인공지능(AI) 등의 혁신 분야를 억압할 수 있다는 규제 당국의 경계심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레어 레빈 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은 “구글 재판은 개별 기업에 국한한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제적 문제”라고 했다. 다만 양측이 항소하면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연방정부 외에 다른 주체들도 구글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36개주와 워싱턴DC는 지난 2021년 7월에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앱 개발자들에게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다만 양측은 지난 5일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미국 최대 출판그룹 가넷과 지역 신문사 200여곳은 구글을 상대로 디지털 광고 관련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다. 신문사들은 언론사, 광고주들이 온라인 광고공간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구글이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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