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기초체력을 키운 전기차 업체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 진출 1년 만에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했고 한국시장 상륙을 위한 채비도 거의 끝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점도 전기차 업체에게 매력적이다. BYD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국제모터쇼’에서 유럽시장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1년도 안됐는데 BYD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는 지난 7월 스웨덴에서 판매량 721대를 기록해 현지 업체인 볼보의 XC60(807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1일 “BYD가 특히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 가격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게 가장 큰 무기다. 최근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전쟁’은 이런 BYD의 무기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슈 BYD 유럽법인 이사는 “유럽에 진출한 지 1년도 안 돼 15개국에 매장 140개 이상을 열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2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을 우린 전기차로 5년 안에 이루겠다”고 말했다.
BYD는 유럽에 생산 체제를 구축해 현지 시장 장악에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지난 7월 헝가리에 배터리 조립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신규 전기차 공장을 짓거나 경쟁사 공장을 인수하기로 방침을 세운 뒤 후보지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는 유럽에서 연간 전기차 판매량 8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배에 달하는 부스를 차린 건 일종의 선전포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장악했던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도 BYD는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4대 중 1대는 중국차라고 한다. 전기차 덕분에 5년 전 1% 미만이었던 전체 점유율은 6%까지 상승했다. 특히 올해 1~5월 태국에 수출한 중국 전기차 약 6만6000대 가운데 아토3의 점유율이 37.5%에 달한다. BYD는 태국에 내년 생산을 목표로 전기차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태국에서 일본차 점유율을 향후 10년간 최소 15% 포인트 이상 빼앗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BYD코리아의 언론 홍보를 맡은 대행사는 지난달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조만간 활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실(Seal), 돌핀(Dolphin), 아토(Atto)를 비롯해 6개 모델의 국내 상표 출원을 마쳤다. 지난 3월엔 1t 전기트럭 T4K를 출시해 한국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다만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해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