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사실을 몰라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재산 신고에서 빼먹었다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해명이 법령이나 인사혁신처 지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자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서 재산 신고 대상이 됐던 2009년부터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 신고 의무가 있었다는 것이다.
8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기준 자료와 인사혁신처 답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의 소유자별 합계 1000만원 이상 주식을 포함한 모든 증권은 등록 대상 재산으로 상장 주식은 현재 시가,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 후보자 부부와 두 자녀는 2000년부터 처가 소유 두 곳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각각 250주씩 보유해왔는데, 그간 신고하지 않다가 지난달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후에야 신고했다. 한 사람당 2억4731만원으로 총 10억원에 달한다.
이 후보자 측은 뒤늦게 누락분을 재산 신고한 뒤, 최초 재산 신고 시점인 2009년에는 공직자윤리법상 비상장주식을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었다. 이후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비상장주식 가액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주식도 재산 신고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해 3년간 신고를 누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도 비상장주식은 재산 신고 대상이었다. 당시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한국전력 40주·삼성정밀화학 28주 등 1234만원의 상장 주식을 신고했는데, 이 경우 기준선인 ‘증권 합계액 1000만원’을 넘겨 비상장주식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재산등록 자료에는 비상장주식이 신고되지 않았다.
서 의원은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 관련 이 후보자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사혁신처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2일 시행령 개정 전까지는 비상장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규정했고, 개정 후에는 실거래가격·평가액·액면가 순으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 의원은 “시행령으로 신고방식이 달라진 것일 뿐, 이 후보자가 애초에 법령을 위반해 재산신고에서 비상장주식을 누락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9년 공직자 재산등록신고서 매뉴얼에도 비상장주식은 액면가를 입력하도록 안내하고 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재산 신고 대상인 줄 몰랐다는 이 후보자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