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갔다가 성폭행당한 10대 재수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사망 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성병을 옮아 괴로워했다는 유족의 증언이 전해졌다.
7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전날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4월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재수생 B씨(19·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스터디카페와 아무 관계가 없던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스터디카페 관계자라고 속여 면접을 보다가 “더 쉽고 더 좋은 일이 있다”며 키스방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다. 그는 B씨를 옆 건물의 키스방으로 데려가 감금한 뒤 “실습해보겠다”며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 중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집안에 부담을 덜어주려다 성폭행 피해자가 된 B씨는 충격으로 힘들어하다 20여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가해자로부터 ‘성병’을 옮은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유족의 말이다.
유족은 “(B씨가) 가해자들한테 그 일을 당하고 난 뒤 몸에 이상을 느껴서 자기 이상 징후를 인터넷에 쳐봤다”며 “그랬더니 일종의 성병 종류 같다고 했다. 자기 기억을 떠올려 보니까 그때 세 사람 중 한 명이 헤르페스 2형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6일 JTBC ‘사건반장’에 밝혔다.
이어 “입가에 수포가 있고 주변에 옮길 가능성이 높으며 전염이 잘 된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으니까 (B씨가) 가족들과 있으면서 상당히 힘들었을 거다. 가족에게 말도 못 하다가 산부인과 검사를 받고 결과 나온 날 바로 극단 선택했다”면서 “경찰에서 확인해 보니 구속된 피의자가 헤르페스 2형 성병 감염자가 맞았다”고 전했다.
유족은 “B씨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학원도 다니지 않으면서 전교 회장도 하고 전교 1등도 하던 성실한 아이였다”며 “건축사가 되는 걸 꿈꿨고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결심했던 건데 집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집안 형편에 조금이라도 돈을 보태고자 구인·구직 사이트에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던 것뿐”이라고 애통해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상당 기간 성매매 알선을 한 사실을 파악했다. 비슷한 수법으로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만 5명이며,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2명이나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B씨를 성폭행한 뒤 성매매를 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주범인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범행에 가담한 2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81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