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사퇴와 내부 갈등, 성폭력 사태 등으로 위기를 겪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우려를 딛고 올해 정상 개최된다.
5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강승아 부운영위원장은 “힘겨운 시기를 지나왔다. 아직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구성원들의 저력과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어느 때보다 내실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며 모든 구성원들은 영화제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4~13일 개최되는 올해 영화제에선 총 269편이 상영된다. 공식 초청작은 69개국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은 60편으로 영화의전당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역대급 라인업을 준비했다. 데이비드 핀처, 뤽 베송, 켄 로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거장들의 영화가 다수 초청됐다”며 “지난해 배우 양조위에 이어 올해는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큰 형님’ 주윤발이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부산을 찾는다”고 밝혔다.
집행위원장, 운영위원장, 이사장 공석인 상태로 영화제를 치루는 가운데 개막식 호스트는 송강호가 맡는다. 개막식 사회자로는 배우 이제훈과 박은빈이 나선다.
개막작은 장강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한국이 싫어서’다. 영화 ‘잠 못 드는 밤’ ‘한여름의 판타지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의 신작으로 고아성, 주종혁 등이 출연한다. 20대 후반의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동시대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그리고 있고, 고민과 좌절 속에서도 꿈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내용”이라며 “2023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지금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한 여성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정서적으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중국 닝하오 감독이 만든 ‘영화의 황제’다. 유덕화가 주연을 맡아 실제 배우로 열연한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물이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으로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더 비스트’, 한슈아 감독의 ‘녹야’가 선정됐다.
최근 위기를 겪으며 올해 영화제의 예산 규모와 작품 수는 다소 줄었다.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은 “올해 총 예산 규모는 109억 4000만원 가량이다. 일련의 사태로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협찬사와 부산시의 지원에 힘입어 효율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허 전 위원장에게 책임감 있게 조사에 임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지난 6월 임시총회에서 허 전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종국 전 운영위원장을 해촉한 뒤 지난달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12월 임시총회 전까지 새 이사장을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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