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 신경독성 물질을 만드는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 새로운 개념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타우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응집(뭉침)되고 섬유화돼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의대 이민재 교수 등 다학제 연구팀과 고려대 김준곤 교수팀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병인으로 밝혀진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과 신경독성 물질 형성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4일 밝혔다.
연구팀은 타우 단백질 조각이 뇌 신경세포 내부로 침투하는 과정과 시냅스(신경세포) 기능 억제 기전, 동물의 기억력 감퇴 및 뇌조직 사멸에 끼치는 영향 등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현상을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기존 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며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물질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발병 기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등 공동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섬유화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신경독성 물질 형성을 촉진하는 ‘핵심 영역(응집 코어)’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내부 절단된 타우 단백질의 일부분이 별도의 처리 없이 생리적 환경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신경 독성물질을 형성할 수 있으며 정상 타우 단백질까지 신경 독성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단백질의 절단으로 특정 부위(응집 코어)가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타우의 절단으로 생성된 신경독성 물질이 신경세포에 침투하는 경로, 추가적인 응집을 유도하는 과정, 신경세포의 가소성(외부 자극에 저항하는 성질)을 떨어뜨리는 현상 등을 규명해 세포 수준에서 이들의 병리 유도 기전을 확립할 수 있었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타우 응집 코어를 생쥐의 뇌실 내 해마에 주입 시 신경세포 사멸과 신경염증 반응, 기억력 감퇴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유사한 행동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민재 교수는 “이 연구는 새로운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및 신경독성 생성 원리를 분자와 세포, 동물모델 수준에서 밝혀낸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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