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의 한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73명이 숨지고 52명이 다쳤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30분쯤 요하네스버그 중심가인 마셜타운 인근의 5층 규모 무허가 주택 건물에서 불이 나 최소 7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생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 등 어린이가 최소 7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을 피해 건물에서 뛰어 내리다 다치거나 연기에 질식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사상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불길은 대부분 잡혔으나,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화재가 1층에서 시작됐으며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보안 문 쪽으로 몰리면서 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생존자는 BBC에 “정전 중 불이 났으며 총소리나 폭발음처럼 매우 큰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방치 상태였다. 불법 이민자와 노숙자 등이 정식 임대 계약을 맺지 않고 모여 살았던 곳으로 시설이 열악하고 내부가 비좁아 탈출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 건물은 도시에서 불법적으로 ‘납치(hijacked)’된 600개 이상의 건물 중 하나였다”며 “대체로 비상 탈출구나 소화기, 스프링클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카벨로 과만다 요하네스버그 시장은 “이 건물은 시 소유로 여성을 대상으로 긴급 주택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에 임대했다”며 “그러나 그 단체가 이곳에서 운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5층 건물 안에 적어도 200명이 거주했다고 추산했다. 화재 진압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건물 안에는 판잣집과 같은 임시 구조물들이 빼곡했다”며 “희생자 다수가 (구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발견됐다”고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매우 큰 비극”이라며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조사를 통해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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