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 아들과 연락을 끊고 사라졌던 80대 생모가 아들이 숨지자 나타나 보험금 청구권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생모 손을 들어줬다.
아들 고(故) 김종안씨는 2021년 경남 앞바다에서 타던 어선이 폭풍우를 만나면서 실종됐고, 이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원 등이 나왔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생모 A씨가 민법상 상속 규정을 근거로 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A씨가 김씨 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해 부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친모인 A씨 손을 들어줬다.
이어 31일 부산고법 2-1민사부에서 열린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A씨가 승소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앞서 지난 18일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A씨에게 김씨 사망 보험금의 40% 가량인 1억원을 김씨의 친누나인 김종선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고 이날 판결이 이뤄졌다.
항소심 선고 결과를 들은 누나 종선씨는 “너무 참담하다”면서 “우리는 동생 시신을 찾지도 못하고 있는데, 두 살 때 동생을 버린 생모를 법원이 인정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은 법적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며 “당연히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A씨는 54년 전 고인이 2살이었을 때 종안씨와 종선씨 등 세 남매를 놓고 사라진 뒤 아무런 연락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세 남매 중 첫째 아들이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A씨에게 연락이 갔지만 A씨는 당시 김씨 남매를 찾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선씨는 이런 상황에서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막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구하라법’은 가수 고 구하라 씨 사망 이후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했던 생모가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면서 오빠 구호인씨가 이를 막기 위해 청원한 입법이다.
이미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올라왔지만, 여야 정쟁에 밀리면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3년째 계류 중이다.
2021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해 6월 법무부도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을 지켜본 ‘구하라법 통과 국민참여연대’ 김노영 소장은 “구하라법이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데 오늘 판결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분이 치솟는다”며 여야에 구하라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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