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중서부 국가 가봉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UN) 사무총장 등은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를 향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사태 해결과 알리 봉고 온딤바(64) 가봉 대통령의 신변 보장을 촉구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구테흐스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선거 이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써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 그는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사무총장은 가봉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포괄적이며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해 법치와 인권이 온전히 존중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며, (가봉의) 군과 보안대에는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보장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미국도 가봉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우리에게 깊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민주적 통치에 대한 가봉 국민의 요구를 계속 지지할 것이며,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에서 쿠데타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커비 조정관은 “이를 추세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이르다고 본다”면서 “아프리카에서의 민주주의 증진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가봉 상황에 대해 “확인된다면 지역 전체 불안정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군사 쿠데타가 된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가봉 등 전 지역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들 국가와 관련해 우리 정책을 어떻게 개선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외교부는 “정치 과정에 무력으로 개입하는 것은 군대가 할 일이 아니다. 가봉 국민들은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도 가봉의 ‘비헌법적인 군대의 정권 탈취’를 비난하고 헌정 복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무사 파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가봉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선거 이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쿠데타를 시도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군부는) 대통령과 가족, 정부 인사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도 “가봉의 사회정치적 안정과 대륙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듯한 독재라는 전염병에 깊이 우려한다”며 “포괄적 합의를 위해 아프리카연합의 다른 국가 원수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가봉 사태 당사자들에게 “국가와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집중하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평화롭게 해결하며, 가능한 한 빨리 정상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면서 봉고 가봉 대통령의 신변 보장을 요구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우호적인 아프리카 국가의 내부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우려스러운 보고를 받았다.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신속하게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봉 군부는 지난 26일 벌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봉고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되자 “선거 결과는 무효”라며 들고 일어났다.
봉고 대통령은 1967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만 42년간 집권한 오마르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아들로, 올해로 14년째 재임한 상태다. 부자가 도합 56년간 한 나라를 통치해 온 것이다.
가봉 군 고위 장교 약 12명은 30일 오전 국영 ‘가봉24’ TV에 나와 “오늘 발표된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알리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족 및 의사들에 둘러싸인 채 가택 연금됐다”고 했다.
또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 ‘과도기 국가 기관 재건 위원회’가 권력을 장악했다”며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국경을 폐쇄하고 공화국 내 모든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쿠데타 세력의 대표는 현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방송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에 대해 “우리는 (가봉의) 사회적 통합이 지속적으로 약화하는 가운데 무책임하고 예측 불가능한 통치가 국가를 혼란하게 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며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봉고 정권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군부의 쿠데타 선언 이후 수도 리브리빌 시내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쿠데타 과정에서 봉고 대통령 부인의 비서관으로 일해온 한국인 비서관이 군부에 체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가봉에는 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포함해 총 33명이 머물고 있다고 주가봉 한국 대사관은 밝혔다. 체포된 비서관 외 다른 교민들은 안전한 상태로 전해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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