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중 큰 병원으로 가라는 권고를 받고 이동하던 환자가 숨졌더라도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사의 대처를 불성실 진료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숨진 A씨(사망 당시 66세) 유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최근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2월 감기몸살 증상으로 배우자와 함께 B씨가 있는 내과의원을 찾아 수액을 맞다가 호흡곤란을 증세를 겪었다. B씨는 호흡곤란의 원인이 천식이라고 보고 천식 치료제를 추가 투여했지만 A씨는 그 뒤에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B씨는 “택시를 타고 큰 병원으로 가라”며 전원을 권고했다.
대기실에 몇 분간 앉아 있다가 쓰러지듯 눕기도 했던 A씨는 배우자의 부축을 받아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의원을 걸어서 나온 뒤 5분도 되지 않아 주저앉아 쓰러졌다. 주변 사람의 신고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송 중 심정지를 일으켰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던 A씨는 2019년 12월에 결국 숨졌다.
A씨 가족들은 B씨가 약물 투여 속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A씨의 활력 징후 측정이나 구급대 호출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약 1억9000만원이었다.
1‧2심은 B씨가 A씨 유족에게 2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유족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A씨 사망과 B씨 의료행위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불성실한 진료를 한 잘못이 있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혈압 맥박 호흡수 등을 측정하지 않았고, 택시를 불러 A씨가 즉시 탑승할 수 있게 하거나 구급차를 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송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일반인의 처지에서 수인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B씨 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뒤 전원 권고를 받고 가족의 부축을 받아 걸어 나왔다”며 “혈압 등을 측정하지 않았다거나 이송 과정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B씨가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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