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여수 한 도로 졸음쉼터에서 30대 남성 2명이 차 안에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서로 돌로 때린 사건은 제3자의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범죄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진범은 수억원대 가짜 빚을 만들어내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극단적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이 같은 내용의 살인 및 중감금치상 혐의로 A씨(31)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31)와 C씨(30)가 서로를 폭행하도록 강요해 B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수년 전부터 지인 관계인 B씨와 C씨가 민사소송 등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할 때 법률정보 제공을 빌미로 수억원대 빚을 허위로 만들어냈다. 이후 채무 명목으로 B씨와 C씨에게 금품을 가로채고 지난 6월부터는 이들이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지배·의존하도록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속적으로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거짓말을 위협적 언행과 함께 일삼으며, B씨와 C씨가 자신을 맹신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금품을 더 뜯어낼 목적으로 B씨와 C씨에게 차량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 폭행을 주고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B씨와 C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안에서 한 달가량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상대방 허벅지를 돌로 내리치는 등 서로 폭행했다. B씨는 폭행 부위 피부 괴사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졌고, C씨도 같은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40분쯤 여수의 한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정차된 SUV 조수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된 C씨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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