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피해자 A씨는 방학 기간 업무차 학교로 출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 빈소에서 유족과 지인들은 궂은일에 먼저 나서고 책임감이 강했던 고인을 기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 2시에 예정됐던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A씨는 방학 기간 중 5일 동안 진행되는 교직원 연수 기획·운영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근무한 학교는 야산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 떨어져 있지 않다. 사건이 일어난 생태공원 둘레길은 인근 학교 학생들도 평소 체험학습을 위해 자주 찾는 장소로 전해졌다.
20일 빈소를 찾은 A씨 대학 동기 김모씨는 연합뉴스에 “원래 성실한 친구였다. 오전 8시30분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1시간씩 일찍 가는 아이라서 그날도 빨리 출근한 것 같다”면서 “정말로 선량한 친구가 일하러 가다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게 모두 꺼리는 일인데, 본인이 맡아서 한 거였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도 A씨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9일 밤 빈소를 찾은 뒤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약 10년 동안 교편을 잡았던 A씨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학교 업무를 해 왔다고 한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A씨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A씨 오빠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아이”라며 “스무 살 때부터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사치도 안 부리고 월급을 모아 ‘내년에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의 사촌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아이였다. 싫은 소리도 못 하고 힘든 일도 맡아서 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피의자 최모(30·구속)씨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A씨가 전날 사망하자, 혐의를 변경한 것이다. 강간살인죄는 형량이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와 달리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처벌할 수 있다.
최씨는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 둘레길 인근 산속에서 A씨를 마구 때린 후 성폭행했다. A씨는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 발생 이틀 만인 19일 오후 끝내 숨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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