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웹젠에 제기한 ‘리니지M’ 저작권 침해 소송에 대해 법원이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 대해 “피고(웹젠)가 원고(엔씨소프트)에 10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6월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면서 웹젠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6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은 PC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로 재구성한 게임이다. 약 3년여 뒤 웹젠은 같은 장르의 모바일 게임 R2M을 출시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게임 내 시스템을 저작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리니지M의 각 구성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을 구현함으로써 원고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모방했고 이러한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무단 사용으로서 부정경쟁방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다만 리니지M 내 각종 시스템을 차용했다고 해도,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게임 내 콘텐츠를 저작물로 인정하진 않은 셈이다. 판결문에선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번 판결은 지난 4월 엔씨소프트가 비슷한 취지로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에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3월 모바일 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해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큰돈을 벌었다.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개발에 참여한 송재경 대표가 이 게임의 제작을 총괄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앞으로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면서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 청구 상태로, 항소심(2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웹젠 측은 곧장 항소장을 제출하며 “판결문을 해석한 결과 2건의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한 것”이라면서 “주된 쟁점인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됐다. 그럼에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하였는데, 즉각 항소하여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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