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입장문을 낭독한 것을 놓고 비난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형 토건 비리 범죄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출석하는데 마치 무슨 영웅이 개선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며 “항일독립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민주화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희생, 제물, 탄압 운운하며 신파극을 연출하는 비리 혐의자의 모습에 상식을 가진 국민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사죄나 반성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없다. 2019년 뻔뻔함과 이중성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조국 사태와 쏙 빼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의 범죄 혐의 리스크에 당 전체가 허우적대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10번이라도 소환 조사받겠다는 그 당당함으로 오늘 받는 조사부터 성실히 임하길 바란다”며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며 뒤로 묵비권 행사하거나 진술서로 갈음하는 등과 같은 비겁한 꼼수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1특검 4국조’ 요구를 반박하며 “민주당 지도부는 이럴 때 시끌벅적하게 특검과 국정조사를 한다면 폭발 직전인 내부의 불만을 정부로 돌리고, 당대표에게는 ‘방탄 갑옷’을 제공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 대표가) 검찰청 앞에서 한바탕 벌인 피해자 코스프레는 무죄 위장 쇼를 방불케 했다”며 “여론몰이 통해 검찰 수사를 압박해보겠다는 뻔한 의도”라고 혹평했다. 이어 “남탓 정권탓으로 돌려가며 개딸 지지층 동원을 통한 방탄에 열을 올리지만 그럴수록 거센 여론의 역풍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두려움과 조급함에 쫓기는 범죄혐의자 그 이상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니었다”며 “자신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누군가에 비유하는 모습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과 분노도 느껴졌다”고 논평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로 제1야당이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마당에 자신의 사명이 민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며 “그렇게 민생을 살리기 원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리스 신화 ‘시지프스’에 빗댄 것에 대해선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대표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 현장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소환 조사에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며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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