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의 발달장애 아들이 담당 특수교사 직위해제 이후 전학을 간 배경에는 특수학급 증설에 대한 비장애인 학부모들의 집단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 주호민 아들이 다니던 A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증설해 달라고 경기도교육청에 제안했다. A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주호민 아들을 정서적 학대한 혐의로 직위해제된 데 따른 개선방안을 내놓은 것이었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한 학급에 특수교육 대상자가 6명을 초과할 경우 학교는 반을 의무적으로 증설해야 한다. 당시 A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소속된 장애아동은 총 8명이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법률 검토 후 A초등학교가 증설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부모연대와 주호민 측에 지난해 9월 1일자로 반을 늘리고 교사를 채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A초등학교 비장애인 학부모들은 특수학급 증설에 반대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맞춤반(특수학급) 증설 시 근교의 맞춤반 아이들이 입학하거나 전학할 것”이라며 “법이라는 잣대의 피해자는 187명의 (비장애인)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특수학급을 2개 반으로 늘리면 수용 가능 인원이 12명으로 늘어 장애인 아동들이 학교에 많아진다는 것도 반대 이유였다.
이들은 특수학급 증설을 반대하는 간담회를 열거나 학교 정문 앞에서 서명을 받는 등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술 부모연대 대표는 “법률에 근거한 증설임에도 반대가 심했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비장애인 학부모 반대에 부딪힌 A초등학교 측은 특수학급 증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 교감은 부모연대 측에 “특수학급 증설은 장애인 부모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공동체가 모두 합의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주호민의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떠나게 됐다. 주호민 아들이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A초등학교의 특수학급 증설은 무산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적 요건이 충족돼 증설을 추진했었으나 주호민 자녀가 전학 가면서 인원이 줄어 무산된 것”이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한편 부모연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호민 아들 논란 이후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있다”며 “학교 내 문제를 교사·학부모 간 갈등으로 책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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