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한 돼지 농가의 농장주가 연이은 악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양돈 업계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오는 16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숨진 양돈 농가 농장주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말과 지난달 10일·18일·21일 총 4차례에 걸쳐 악취 민원을 받았다.
보성군 측은 민원 접수로 여러 차례 현장점검에 나섰고,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민원이 제기된 지난달 21일 군청 관계자와의 통화를 마치고 농가 인근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 A씨 유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유서에는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 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 주변 주민분들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돈 농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대한한돈협회 누리집 추모란에는 ‘산업을 보호하고 주민을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저희 농가도 몇 대째 돼지농장을 운영하는데 악취 민원으로 힘들다. 매일 민원 걱정을 하며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글이 적혔다.
대한한돈협회는 성명을 내고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산업이나 늘어나는 냄새 민원과 행정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무리한 규제로 생을 저버리는 상황을 두고 전국 한돈농가들은 깊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보성군 웅치면에서 축산업을 시작한 A씨는 대한한돈협회 보성지부장을 역임했다. 그의 농장은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농림축산식품부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며 지역 한돈산업계에서 모범 농가로 꼽히기도 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