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혼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는 상고 이유서를 통해 “여론전에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했다”, “20년 징역은 무기징역과 다름없다” 등 재판 결과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지난 6월 부산고법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씨는 최근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냈다.
피해자 변호인이 공개한 상고 이유서에서 A씨는 “2심 재판부가 언론·여론 등에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의식을 많이 해서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며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너무 많다. 무기징역과 다름없는 형량”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3심 상고심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부모님께서 끝까지 해보는 게 낫다고 말씀하셨고,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고 하셨다”라고 적었다.
A씨는 또 자신의 범행에 대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며 살인과 강간 등 혐의는 부인했다.
특히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강간등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 혐의는 인정했다.
피해자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상 항소심의 재판 결과를 전면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상고 이유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변호인도 “피고인이 사실상 본인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 강한 분노를 넘어 공포심마저도 느낀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피해자 B씨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1심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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