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부업체와 유착해 소속 은행 고객들에게 사금융 대출을 알선하고 부당이득을 취득한 지방은행 지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보현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금융알선, 대부업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방은행 전 지점장 A씨를 최근 불구속기소했다.
A씨는 2017년 8월~2019년 9월 은행 지점장 인맥을 악용해 다수 기업체 대표들에게 17억98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 은행을 포함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을 다시 고리로 대부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해 그가 사설 대부업체에서 4명 주주 중 한 사람으로 실질적 운영에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A씨가 업체 지분 20%를 취득한 내용, 대부 수익을 정산받은 파일 등이 압수수색으로 확보됐다.
금융기관 임직원은 사금융 대출을 알선하면 안 되지만, A씨는 해당 대부업체를 통해 2019년 7월~2020년 2월 소속 은행 고객인 3개 업체에 15억원을 빌려주도록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4억9000만원은 A씨 돈이어서 6000만원 이상 이자수익도 챙겼다. 소개비 1000만원도 받았다.
A씨가 중소기업 대표 B씨와 공모한 ‘편법 대출’로, 소속 은행에 금전적 피해를 준 배임 혐의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건설사가 지은 오피스텔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B씨는 부도 위기에 몰려있었다.
A씨는 B씨가 회사운영자금 명목으로 신청한 1억원 은행대출을 승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B씨가 A씨 분양 오피스텔을 1억원에 사들이기로 합의하고 이뤄진 대출이었고, 실제로도 오피스텔 매입에 사용됐다. A씨는 대신 자기 돈 1억원을 B씨에게 빌려줬다.
이후 B씨는 자신의 회사가 다른 업체에서 받을 돈에 대해 ‘어음할인’을 신청했고, A씨는 회수 가능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승인해줬다. 은행이 신청자에게서 만기일이 오지 않은 어음을 사들인 뒤, 액면금액에서 남은 기간 이자를 빼고 매입하는 방식이다.
A씨는 B씨가 어음할인으로 은행에서 받은 돈 중 7000만원을 되돌려 받아, B씨에게 사적으로 빌려준 돈 대부분을 회수했다. 하지만 B씨가 돈을 받기로 한 회사와 B씨 회사가 모두 부도나면서 어음은 휴짓조각이 됐고, 은행은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검찰은 B씨도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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