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 동생 유가려씨를 때리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조사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우성씨는 “정의롭지 못한 대한민국 법정이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까우며 역사 앞에 큰 오판을 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조사관 유모씨와 박모씨에게 9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폭행·협박해 의무 없이 불리한 진술을 하게 하고 허위 진술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유가려씨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가려씨는 유우성씨 형사 사건 증인과 검찰 참고인으로 출석해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면서도 “조사 당시 유가려씨를 합동신문센터에서 목격한 A씨는 ‘당시 울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조사관들이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같았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폭행·협박 등 행위가 정말 존재했는지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가려씨는 조사에 참관한 다른 직원 앞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가 검찰 조사와 이 법정 재판에서 여러 차례 번복했지만 수긍할 만한 설명이 없다”며 “유가려씨 진술은 유우성씨 형사사건 진술에 맞춰 바뀐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행정조사관으로서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고 혐의를 인계 통보할 뿐 직접 대공 행위를 수사하지 않는다”며 “폭행·협박까지 하면서 유우성씨에 대한 진술을 받아낼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유씨와 박씨는 2012년 11월 유가려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하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또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국가보위부 부부장으로부터 임무를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2013년 유우성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 과정에서 폭행은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았다.
유우성씨는 재판 결과에 크게 반발하며 항소심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우성씨는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정에서 가혹 행위를 청취했던 판사는 선고를 앞두고 (인사 이동으로) 가버렸고 오늘 판사는 최후변론만 듣고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무죄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이 사건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알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더 밝힐 수 있는 부분을 밝히겠다”고 부연했다.
유우성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탈북자 정보를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법원은 2015년 10월 유오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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