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유명한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81)씨가 국내 송환 절차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게 될지 관심을 끈다. 그는 4년여동안 해외에 머물며 법정에 나오지 않아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9일 302호 법정에서 천문학적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허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1년 7개월 만에 재개했다.
허씨에 대한 재판은 2019년 8월 시작됐으나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귀국절차의 어려움과 심장질환 등을 이유로 재판 출석을 하지 않아 지연돼왔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했으나 허씨가 장기간 해외 체류를 하면서 유효기간이 만료돼 이를 집행하지도 못했다.
검사는 이날 재판에서 “허씨가 2015년 8월 뉴질랜드로 출국해 시효가 정지됐다”면서 허씨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법원 행정처와 더불어 범죄인 인도 사법 공조 절차를 밟아 허씨의 국내 송환을 요청하는 소환장을 뉴질랜드 당국에 보낸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공판 기일 3개(내년 4월 12일·5월 10일·6월 14일)를 잡아 피고인 소환장을 보내겠다. 허씨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졌고 뉴질랜드를 오가는 항공편도 늘어나 귀국이 어렵지 않다”며 “정식 절차를 밟아서 피고인 소환장을 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보내겠다”고 밝혔다.
소환장은 번역한 뒤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를 통해 뉴질랜드 당국에 보내게 된다. 재판부는 내년 4~6월 중 3개의 기일을 정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판을 재개할 계획이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사실혼 관계인 H씨 등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하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매도해 25억원을 소득이 생겼으나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 23일 기소됐다.
주식 차명 보유 중 배당 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에 체류 중인 허씨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첫 재판이 열린 2019년 8월 28일부터 지금까지 단 1차례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허씨는 과거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0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하기도 했다.
허씨는 해외 도박 파문으로 2014년 3월 귀국한 뒤 하루에 5억원씩 탕감받는 이른바 ‘황제 노역’ 판결을 받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는 닷새 만에 25억원의 탕감혜택을 누리고 노역을 중단한 뒤 2014년 9월 나머지 벌금을 모두 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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