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해달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표현이 마치 장애를 질병이나 일시적인 시련처럼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상으로 잘못 생각하게 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2월 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포상 후보자 모집 공고문에 적힌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이 장애를 극복하고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보는 선입견과 편견을 내포해 인권침해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이 지자체는 공고문에서 ‘장애 극복 부문’ 포상자로 ‘장애인으로서 장애를 극복하고 타인의 귀감이 된 자’라고 설명했다.
진정이 접수되자 지자체 측은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은 장애의 어려움을 이겨내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돼 온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그 근거로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각 정부 부처와 17개 시도, 장애인 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며 ‘장애의 역경을 극복하거나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포상하고자’라는 문구를 기재한 점을 들었다.
다만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이 지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의도를 가지고 이런 표현을 썼다고 보기 어렵고, 행정기관과 법령 등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해 온 것도 사실이기에 장애인 인권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해 이 진정을 기각했다.
하지만 진정 사건과는 별개로 장애 극복이라는 표현을 개선하는 게 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해당 지자체에 이러한 표현이 사용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하고 앞으로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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