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로 즉결심판에서 벌금형을 받은 운전자가 판사가 블랙박스를 봐주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한문철TV’에는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행자를 치게 됐다는 운전자 A씨가 제보한 블랙박스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A씨는 지난 6월 19일 오후 2시쯤 대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기다리다가 차량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약 2초 후 출발한다. 그런데 이때 한 보행자가 A씨 차량 뒤쪽에서 중앙 분리봉을 넘어 무단횡단하다가 A씨 차량 왼쪽에 부딪혔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차 대 사람 사고는 무조건 차 쪽에 잘못이 있다”는 판단하에 A씨 차에 범칙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를 부당하다고 본 A씨는 범칙금을 내지 않고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즉결심판은 범죄 근거가 명백한 경미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기소하지 않고 경찰이 곧바로 법원에 심판을 청구해 심사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절차다. 범칙금을 부과받은 사람이 불복해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즉결심판으로 넘어간다. 최고형은 벌금 20만원으로, 정식 재판과 달리 전과도 남지 않는다.
즉결심판에서도 법원은 A씨 차량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고 한다.
문제는 재판 과정이었다. A씨는 한문철TV에 보낸 사연에서 억울했던 점을 토로했다. 심판 당시 판사에게 “제발 블랙박스 한 번만 봐 달라”고 호소했는데, 판사는 시간이 없다며 이를 봐주지 않고 이의가 있으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A씨가 봐 달라고 요청한 블랙박스 영상은 A씨 차량이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는 장면부터 사고 장면까지 담긴 약 36초 분량이다.
즉결심판은 간이 절차로, 이의가 있으면 7일 이내 정식재판을 청구하게 돼 있다. 다만 절차법 9조 1, 2항에 따르면 피고인은 즉결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사건의 내용에 대해 변명할 수 있고 판사도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확인하고 조사할 수 있다. 판사가 의지만 있었다면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자료로 검토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문철 변호사는 이에 대해 “36초 볼 시간이 없어서…. 참나, 판사님 즉결심판 받으러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냐”며 “제발 블랙박스 1분만 봐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사고 자체에 대해서도 “A씨가 좌우 모두 살피고 신호가 바뀐 뒤 ‘2초의 여유’까지 지켰는데, 사고를 피할 수 있냐”면서 “2초의 여유는 앞을 보라는 것이지 뒤를 보라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실시간으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는 운전자 잘못 여부 의견을 물은 결과 ‘잘못이 없다’는 응답자가 98%(49명), ‘잘못이 있다’는 응답자가 2%(1명)였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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