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짜 달걀이라구요?”… 농식품 미래 ‘AFRO 2023’ 가보니

농업(Agriculture)에 기술(Technology)을 적용한 애그테크, 식품에 기술을 입힌 푸드테크, 기술을 도입한 농장인 스마트팜…. 한국 농식품 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로 나아갈 농식품 스타트업의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1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RO 2023)’가 지난달 28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이 박람회에는 농산업 스타트업과 주요 밴처캐피털(VC),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 등 250여개의 단체가 총집결했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은 푸드테크 구역이었다. 시식할 수 있는 먹거리들이 방문자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메타텍스쳐 부스는 ‘대체 달걀’ 시식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 달걀은 녹두, 대두, 단호박으로 만들어졌다. 모양과 맛은 계란과 거의 흡사했지만 닭이 낳지 않았다. 말하자면 메타텍스쳐의 기술이 낳은 달걀인 셈이다. 메타텍스쳐는 이 달걀에 ‘스위트에그’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중년 여성은 직원의 계속된 권유에 스위트에그를 시식하고는 “진짜랑 똑같다”며 놀라워했다.

메타텍스쳐 담당자는 “대체 달걀의 최종 목표는 진짜 달걀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달걀을 섭취하는 비건들의 수요층을 넘어서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까지 우리의 달걀을 찾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트에그는 실제 달걀과 영양소는 비슷하지만, 몸에 안 좋은 요소는 줄였다. 실제 달걀과 비교하면 단백질량은 6g으로 같다. 칼로리는 약 35㎉ 낮다. 콜레스테롤은 없앴다. 담당자는 “실제 달걀과 유사한 맛과 식감 그리고 향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이 밤새 고민했다. 현재는 실제 달걀과 비교하면 90%의 유사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배양줄기세포로 대체육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스페이스에프’의 대체육은 가축으로부터 근육세포를 추출해 세포를 배양해 생산된 근육 조직을 수확하고 가공해 상품화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부스에선 시식행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아직 세포 배양 대체육에 대한 식약청의 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에프는 소시지 모양의 대체육 시제품을 전시해놓았다. 스페이스 엑스는 돼지고기를 주력해 개발하고 있다. 소와 닭고기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와 함께 협력해 연구하고 있다.

이영석 스페이스에프 박사는 “배양 줄기세포로 만든 비엔나 소시지 하나를 만드는 데 소비되는 시간은 일반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 시간보다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박사는 “해외에서는 소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 연구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돼지고기에 관한 연구는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또 돼지를 기르는 축사 등 환경오염과 탄소배출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문제에 대해 그는 “아직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배양 대체육은 5배 비싸지만, 대량 시설을 통해 단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은 AI(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술을 선보였다. 로봇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토마토를 고르고 있는 스타트업이 눈에 띄었다. 고고팜의 자동 수확로봇 ‘로봉이’가 그것이다. 궤도형 적재 플랫폼 위 달린 로봇팔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로봇팔이 움직일 때마다 카메라 화각 안으로 들어온 토마토의 색깔을 척척 구분해냈다. 데이터화 한 토마토의 수확 시기를 예측하고 잘 익은 빨간 토마토는 수확해야 한다는 분석이 화면에 표시됐다.

고원석 고고팜 대표는 “토마토, 오이, 딸기, 사과 등 카메라를 통해 상태를 분석하고 수확 시기를 예측하고 물량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개발 단계지만 사람이 일하지 못하는 저녁과 새벽에도 수확할 수 있도록 해 농업인들의 일손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오팜의 농산물 선별기는 기계가 작동하자 레일에 올라선 사과들을 카메라를 이용해 척척 분류해냈다. 특상품부터 폐기, 병충해가 걸린 사과를 구별해냈다. 에이오팜 관계자는 이를 AI 비전 센싱이라고 명명했다. 에이오팜의 선별기는 사과, 참외, 감귤, 감, 복숭아 등 5개의 과일을 골라낼 수 있다. 또 농업진흥청과 농작물 연구센터 등과 협업해 신선도와 품질을 이미지화해 데이터를 쌓고 있다. 현재 전국의 공판장과 농산물지유통센터(APC) 등 5개의 선별기가 설치돼 가동 중이다.

곽호재 에이오팜 대표는 “사람이 과일의 품질을 맨눈으로 구별하면 불량률이 20%나 되지만, 기계가 대신 하면 불량률이 99%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작업속도는 1시간 기준 작업자 한 명당 2000개를 구별할 수 있지만, AI 선별기를 사용하면 같은 시간에 3만9000개를 선별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목표에 대해서는 “농산물 품질 데이터와 추후 당도, 식감까지 구별할 수 있는 선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로 상한 달걀을 구별할 수 있는 달걀선별기도 있었다. 한밭아이오티의 ‘코코봇’은 달걀을 전면을 카메라로 찍고 분석해 폐기해야 할 달걀들을 골라낸다. 정진해 한밭아이오티 대표는 “AI 머신러닝을 활용해 불량 달걀을 판별해낸다. 정확도는 95%에 달한다”고 했다. 또 “많은 양계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음파진동식 달걀선별검사 시스템’은 검사 과정에서 달걀을 훼손하거나 교차 오염, 외관 자체를 검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에어돔(Airdome) 형태의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애그유니는 ‘토경재배’ 스타트업이다. 정회영 애그유니 최고운영책임(COO)은 “일반 수경재배 스마트팜에서 기를 수 없는 고부가가치 식물인 천마, 백수오 등을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에어돔 안에는 모듈형 작물 재배 다단시설 및 시스템이 들어간다. 3300㎡(1000평) 규모의 에어돔 안에 약 1만8000개의 모듈이 들어가는데, 일반 농지에서 수확할 수 있는 양의 7~8배 정도다”고 설명했다. 애그유니의 에어돔은 자연광 투과율은 약 85%다. 이론적으론 그늘이 지지 않아 모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 화성에 에어돔을 짓고 있으며, 완공은 10월쯤이다.

500평 규모의 에어돔을 짓는 데는 5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관심을 쏟고 있다. 정 최고운영책임은 “말레이시아는 국가에서 농업을 장려하는 형태며 미국은 자본력이 높은 농업인이 많아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알가팜텍은 스마트팜에 운영컨설팅을 결합한 스마트팜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통합관제 시스템을 통해 수경재배 중인 작물의 자라는 환경을 제어한다. 여기에 운영컨설팅이 결합해 사용자는 알가팜텍의 컨설팅으로 작물을 기르고 파종·수확 이후 포장·수확까지 스마트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돌봐준다. 알가팜텍 관계자는 “단순한 일렬 수경재배에서 벗어나 모듈형식, 육각형 방식으로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적게는 3배에서 5배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박람회 뿐 아니라 농산업 행사와 컨퍼런스도 열렸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소속 스타트업의 ‘KOAT 데모데이’를 열었다. 또 세계 각국의 VC와 농식품 바이어를 초청해 스타트업의 투자금 유치를 돕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IR과 밋업’을 열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 농업은 IT·바이오기술·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해 미래 성장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번 박람회가 우리 농식품 벤처창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데 일조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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