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전 제주에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결국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3부(부장판사 이재신)는 26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였던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 모처에서 같은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손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했고, 구체적인 가해 방식을 상의했다고 검찰은 추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변호사 피살사건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이후 21년만인 지난 2020년 김씨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자신이 1999년 손씨를 시켜 이 변호사를 살인하게 했다고 말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김씨는 살인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해외 체류로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했고,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없었고, 손씨는 2014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살인 고의와 공모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 제보 진술에 신뢰가 있고, 범행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할 때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고, 살인을 직접 실행한 손씨를 어떻게 도피시켰는지에 관한 진술은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김씨는 무죄 판결에 대한 공시를 원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가 받아 온 혐의와 무죄 판결 취지 등이 일간지 등을 통해 공시될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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