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공언대로, 트위터의 상징이었던 ‘파랑새’가 사라졌다.
24일(현지시간)부터 트위터 웹사이트 등에는 ‘파랑새’ 로고 대신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표시된 알파벳 ‘X’가 새 로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로고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단 하루 만이다.
머스크는 전날 트위터에 “우리는 곧 트위터 브랜드, 점진적으로는 모든 새(새 문양)에게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머스크 인수 이후 직원의 3분의 2가 해고되고 기능도 많이 바뀐 트위터는 이제 로고도 바뀌게 됐다.
트위터는 2006년 설립 이후 줄곧 파랑새를 로고로 사용해 왔다. 이후 몇 차례 문양이 바뀌긴 했지만, 2012년부터 현재의 로고는 트위터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머스크는 기존의 것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4월 ‘파랑새’는 ‘옛날 사진’이라고 말하는 시바견 그림을 트위터에 올리며 로고 변경을 예고한 데 이어 전날 밤 본사 건물에 ‘X’ 표시가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새로운 로고 ‘X’는 트위터를 메시징, 지급 결제, 원격 차량 호출 등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이 반영돼 있다.
린다 야카리노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X는 오디오와 비디오, 메시징, 결제 및 금융을 중심으로 한 무제한 상호 작용의 미래 상태”라며 “아이디어와 상품, 서비스 및 기회를 위한 글로벌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에 의해 구동되는 X는 우리가 상상하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우리 모두를 연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로고 변경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트위터 파랑새의 이름이 ‘래리’였다는 사실도 거론되면서 트위터에는 “고마웠어요 파란 짹짹이” “우리 마음속에 래리는 영원할 거야” 등 래리와의 아쉬운 이별을 고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트위터 로고 X로 바꾸는 건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고유적인 상징을 파괴하는 셈”이라며 “유튜브는 빨간색, 스타벅스는 초록색인 것처럼 고유 색이 가져오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트위터를 파랑새, 짹이라고 부를 텐데, 적잖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트위터 전 직원의 입장 역시 부정적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벤 파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파괴하는 것이 사업상에 현명한 결정인 이유를 설명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비꼬았다.
트위터 전 제품 관리자였던 에스더 크로프트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파괴하는 행위를 뜻하는 ‘기업 세푸쿠’(Corporate seppuku·기업 자살)를 언급하며 “대개 새 경영진이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고객 경험에 대한 무시로 비용 절감을 추구하면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결과 주주 가치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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