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무력 도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을 ‘전승절’이라 부르며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다,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어서 핵능력이나 최신 무기를 과시하는 이벤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한·미는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SSBN)이 부산을 떠난 지 사흘 만인 24일 미 핵추진잠수함(SSN) 아나폴리스함의 제주기지 입항을 알리며 동맹 간 공조를 과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승절에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야 하는데, 경제는 파탄이 났고 정찰위성은 실패했다”며 “새로 보여줄 게 마땅히 없으므로 현재 자신들의 핵능력과 그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우리 국가와 인민이 남들처럼 경제 발전에만 편중했더라면 이 땅에서는 열핵전쟁이 수십 번도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막아내느라 경제 발전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억지 논리를 편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7월 12일), 단거리탄도미사일(19일), 순항미사일(22일)을 쐈기 때문에 전승절에는 대규모 열병식에서 새 무기를 노출하는 데 방점을 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말폭탄’을 던질 수도 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전승절에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거친 연설을 했다. 현 상황에서도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제주 해군기지에는 미국의 LA급 SSN 아나폴리스함이 입항했다. LA급 잠수함은 배수량이 6000t 내외로 승조원 130여명이 탑승한다. 아나폴리스함은 지난해 9월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도 참여했다. 당시 3국은 아나폴리스함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으로 가정하고 이를 탐지·추적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은 “이번 입항은 작전임무 중 군수 적재를 위한 목적”이라며 “한·미 해군은 이를 계기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교류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미 잠수함의 연이은 입항은 ‘워싱턴 선언’의 이행 차원”이라며 “이번 제주 입항은 진해와 부산을 방문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한국 내 방문 기지를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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