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1사단의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과 관련, 포병을 투입한 지휘부의 결정을 놓고 전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수중 작전에 부적합하고 구명조끼도 부족한 병과인 포병을 수중 수색 작전에 투입해 사망 사고를 자초했다고 전역자들은 지적했다.
‘해병대 1사단 상륙기습 보병대대 출신 전역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회원은 지난 19일 군사 관련 게시판에 “아는 대로 써보겠다. 포병대대에는 구명조끼가 없을 것”이라며 “포병대대는 당연하게도 병과나 특기상 바다에 갈 일이 적어 부대 내 구명조끼를 비치할 일이 없다. 보병대대만 해도 구명조끼를 상륙기습대대에서 빌려 쓴다”고 적었다.
이 회원은 채 상병의 사망 판정 전 실종자 분류 시점에 이 글을 작성했다. 그는 “(채 상병의)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수색대원을 투입한 줄 알았다. 수색대 얘기도 없고 복장도 달랐다. 그렇다면 상륙기습대대 같은 보병대대일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종자가) 포병대대 소속이라는 기사를 보고 머릿속이 멍해졌다”고 했다.
이 회원은 포병 차출, 구명조끼 미지급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일병을 급류 속 수색 작전에 투입한 결정도 지적했다. 사망 당시 채 상병의 계급은 일병이었다.
이 회원은 “계급이 일병이라는 대목에서 또 한숨이 나왔다. 일병이면 아직 전투수영도 경험하지 않았을 계급이다. 전투수영을 마쳤어도 저런 급류라면 힘들다. 몇 달간 물에서 지내는 수색대도 힘들 것”이라며 “책임자 색출해 조사하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조사해야 한다. 한 명의 비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자신을 해병대 전역자라고 밝힌 다른 회원들은 이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채 상병을 추모하고 지휘부의 징계를 요구했다. 다만 일부 회원은 “해병대 간부가 물의 무서움을 모를 사람들이 아니다. 폭우로 인한 급류에 병사 밀어넣었을 것 같지만은 않다”며 사고 경위에 대한 구체적 조사를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채 상병은 지난 주말 집중호우에서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예선 내성천 일대의 실종자를 수색하던 지난 18일 급류에 휩쓸렸다. 그렇게 실종된 지 14시간 만인 19일 밤 11시8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하는 중”이라며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20일 고인의 계급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추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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