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건물에서 떨어지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살인의 고의는 2심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남성민 박은영 김선아)는 전 인하대생 A씨(21)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금지 10년 명령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결과뿐 아니라 고의도 엄격히 입증해야 하고 그 책임은 공소한 검찰에게 있다”며 “법의학자 증언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제시한 추가 증거를 보더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검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형이 부당하다는 피고인과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선 “피고인은 용서를 구하면서 1심에서 1억원과 2심에서 1억원을 추가로 공탁했지만, 유족 측은 받지 않겠다는 일관된 의사를 보이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 나이와 범행 전후 과정 등을 판단해 원심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마치 성관계를 동의하는 것처럼 대답을 유도해 녹음까지 했으나 피해자 추락 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다”며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원망 정도를 헤아릴 수 없고 유족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등 양형상 죄책은 살해에 해당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A씨를 향해 “지난주 토요일이 피해자 기일이었다. 속죄하라”며 “형 집행을 통해 피고인을 아끼는 지인과 가족에게도 속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단과대학 건물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던 B씨를 성폭행하려다 창밖으로 추락시켜 살해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B씨가 건물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다가 당일 오후 체포됐다.
1심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죄명을 준강간치사죄로 변경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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