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행보가 삐걱거리고 있다. 벤처캐피탈(VC) 계열사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해서다. 소액주주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 기관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소액투자자는 우리금융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일종의 ‘강제 손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벤처파트너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안다자산운용을 포함해 유진투자증권, 보고펀드자산운용,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등 전문 기관투자가도 우리벤처파트너스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주식을 1대 0.2234440으로 교환하는 안건이 통과되면 개인투자자는 물론 전문 기관투자가도 투자 손실을 확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들 기관 대부분은 2021년 하반기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할 때 구주를 사들이면서 주주로 합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요구한 기업가치는 7000억원 안팎이다. 전날 종가 기준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시가총액은 2610억원으로 이미 60% 넘게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평가손실로 비자발적 장기투자를 하고 있던 소액 투자자가 불만을 갖는 이유는 우리금융이 제시한 ‘1대 0.2234440’의 지분 비율이다. 우리금융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최근 1개월과 최근 1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가종가 등을 종합해 교환 비율을 정했다고 밝혔다.
주식교환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지주에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제시한 매수 가격이 주당 2686원이어서 이미 공모가(5800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55.0%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변동성이 낮은 금융지주 특성상 주식으로 교환한다고 하더라도 원금을 건질 가능성은 낮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VC에 투자한 것인데, 금융지주사 주식으로 바꿔 주면 당초 투자 의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선매수권 가격도 낮아 우리금융의 결정으로 소액투자자들이 강제로 손절이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불과 넉 달 전 우리금융지주가 다올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을 때는 웃돈이 붙은 가격에 인수해 형평성 논란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23일 우리벤처파트너스 지분 52.0%를 2124억9020만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약 4086원 수준이다. 4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다올에게는 당시 주가에서 30%가 넘는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소액주주에는 시가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0일까지 주식교환에 대한 이사회결의에 반대 의사 접수를 받고 있다. 주총에서 출석한 주주 중 의결권의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상의 승인을 얻지 못한다면 주식교환이 무산될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우리벤처파트너스 지분 55.54%를 가진 데다, 우호 세력도 가진 것으로 알려져 표 대결로 뒤엎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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