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리플 발행사인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년을 넘게 끌고 온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리플은 증권”이라는 SEC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리플은 하룻밤 사이에 70% 넘게 폭등했다.
뉴욕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14일(한국시간) “리플랩스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리플을 판매한 행위를 연방 증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토레스 판사는 “일반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리플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다. 일반 투자자의 매매는 블라인드 거래였다. 이들은 자신의 돈이 리플랩스로 유입되는지, 다른 판매자에게 가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매매는 증권법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헤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에 대한 리플 판매는 연방 증권법 위반이라고 토레스 판사는 판단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이 향후 리플 가격 상승을 기대했다. 따라서 기관에 대한 리플랩스의 판매는 투자계약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연방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은 불법 증권”이라며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은 연방 증권법에 의해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는 것이 SEC의 주장이다. 리플랩스는 리플을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결국 일반 투자자의 리플 매매 행위를 증권으로서 연방 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리플랩스의 사실상 승리로 평가되는 이날 판결은 암호화폐 업체들에 대한 SEC의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EC는 지난달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상장 13개 종목이 증권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대표는 “암호화폐 업계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SEC는 기관투자자의 매매로 한정된 연방 증권법 위반 판결을 놓고 “법 위반이 밝혀져 기쁘다”고 했다. SEC는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0시를 넘겨 나온 뉴욕지방법원의 판결 소식은 리플의 급등을 이끌었다. 600원대에서 거래되던 시세가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아 1100원대까지 치솟았다.
리플은 이날 오전 9시25분 현재 미국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72.3%, 1주 전보다 75.04% 상승한 0.8127달러(1032원)를 표시했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1025원, 빗썸에서 1026원에 거래되고 있다.
리플의 승소는 다른 암호화폐 시세도 끌어올렸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3.48% 오른 3만1473달러(약 3999만원),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7.36% 뛴 2011달러(약 255만원)를 기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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