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 재판에서 조성은씨와의 통화 녹음을 들은 후 “내 목소리는 맞지만,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누구에게서 전달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재판부는 “자료를 세 차례 걸쳐 받았는데 기억에 남아야 정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통화 녹취록은 앞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지난 2021년 10월 공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이 조씨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 등이 ‘손 검사→김 의원→조씨’ 순서로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공수처 검사가 “통화에서 언급한 ‘저희’가 누구냐”고 묻자 “저와 제보자(고발장 전달자)를 합쳐 ‘저희’일 텐데, 당시 채널A 사건 관련 제보는 여의도 정치부 기자, 서초동 법조팀 기자 등 복합적”이라며 “고발장 초안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는 “‘저희’는 김 의원과 손 검사 아니냐”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 측 변호인이 ‘피고인에게서 직접 1차 고발장을 전송받았냐’고 묻자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가 “받은 적이 없다는 거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냐”고 묻자 “기억이 없고 그랬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증인에게 기사와 페이스북 자료, 고발장 초안 등 총 3회에 걸쳐 자료가 전달됐는데 다른 제보보다 기억에 남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남부가 아니면 조금 위험 하대요”라는 통화 내용과 관련해 “고발 내용을 알아야 어디 접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저도 기억이 안 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당시 전달받은 자료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아 그대로 조씨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기소하면서 김 의원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권한이 없어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검찰은 ‘손 검사→김 의원’에게 자료가 전달된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9월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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