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이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는 ‘불수리’ 결정을 내려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강제노역 소송 원고 4명 중 1명인 양금덕 할머니 공탁금을 외교부로부터 받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외교부는 법리상 승복할 수 없다며 즉각 이의절차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3일 강제노역 피해자 양 할머니에 대한 공탁서를 접수한 법원은 이날 논의 끝에 공탁금을 받지 않는 ‘불수리’ 결정을 했다. 제3자 해법을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 측이 공탁을 거부하는 만큼 제3자가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 담당자인 공탁관은 민법 제469조 ‘당사자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변제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양 할머니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제3자의 변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양 할머니에 관한 ‘불수리’와 함께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은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 했다.
법원은 양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서류에 적어 제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의 공탁 거부 의사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손해배상 채권을 보유한 이 할아버지 공탁은 관련 서류 미비를 이유로 외교부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 역시 양 할머니와 같이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혀 서류보완 후 외교부가 공탁을 다시 신청해도 ‘불수리’ 결정이 내릴 공산이 커졌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공탁 수리 여부는 공탁관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며 “다른 공탁관이 심사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피해자 4명의 공탁 절차에 들어간 외교부는 “불수리 결정은 승복할 수 없다“며 ”이의절차에 즉각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내세워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제3자 변제 해법에 반대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모금 운동에 ‘물타기’를 하는 데 불과하다”며 “전범 기업의 사죄를 원할 뿐 정부에서 돈 몇 푼 받으려고 30여 년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8년 대법원판결에 따른 피해자·유족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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