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과 북한산,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서초동 법조 단지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온 서울의 고도지구 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을 규정했던 고도지구가 개편되는 건 51년 만이다.
서울시는 북한산 주변은 현행 20m 이하에서 최고 45m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51m이하에서 170m이하로 고도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마련, 다음 달 6일 열람공고를 시작한다고 30일 밝혔다.
구상안에 따르면 남산 약수역세권 일대도 현재 20m이하 제한이 최고 40m 이하로 건물 높이 제한이 조정된다.
서초동 법원단지 주변과 오류동 일대 고도지구를 비롯해 높이 규제가 있던 한강 변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는 지정 해제된다.
고도지구는 도시경관 보호와 과밀 방지를 위해 건축물 높이의 최고한도를 정하는 도시관리계획으로,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에 지정한 것이 최초의 고도지구다. 이후 남산·북한산·경복궁 등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 8개소가 고도지구로 지정됐다. 지정된 지역의 전체 면적은 9.23㎢로 여의도의 3배 규모다.
이 같은 고도지구를 놓고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과의 개발 격차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시는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 전문가, 자치구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새 구상안의 핵심은 경관 보호 대상이나 목적이 분명한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은 관리 대상에 두되 규제를 세분화하는 한편 그 외 지역은 고도지구에서 해제한다는 것이다.
우선 고도지구 중 규모가 가장 큰 북한산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의 고도 제한은 현재 20ｍ 이하에서 28ｍ 이하로 완화한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시에는 최고 15층(45ｍ)까지 추가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추가 완화를 할 경우 북한산 경관관리 지침을 준수해야 하며, 이는 도시계획 관련 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국회의사당 주변은 동여의도 스카이라인과 연계해 현재 41m·51m이하로 돼 있는 고도제한을 최대 170ｍ까지 대폭 풀어준다. 국회에서 동여의도쪽으로, 여의도 공원으로 갈수록 고도를 점차 높일 수 있도록(75ｍ·120ｍ·170ｍ 이하) 해, 업무시설 기준으로 최고 43층까지 올릴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남산은 용도지역에 따라 높이 제한이 12ｍ였던 지역을 20ｍ로, 20ｍ였던 지역을 28ｍ로 각각 높인다. 중구 필동, 장충동, 회현동과 용산구 후암동, 이태원동, 한남동 등이 해당한다.
특히 약수역 일대 준주거지역은 20ｍ에서 지형 차에 따라 32ｍ∼40ｍ까지 완화해 최고 13층의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했다.
구기·평창은 북한산·북악산 경관 보호와 함께 합리적으로 높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형 높이차에 따라 심의를 거쳐 최대 8ｍ까지 완화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한다.
경복궁은 중요 문화재의 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의 목적이 명확해 일부 중복규제 지역에 대한 지구 조정(0.19㎢)을 제외하고는 현행 건축물 높이 규제를 유지한다.
서초 법원 단지 주변과 오류동 일대는 아예 고도지구에서 해제해 현재 8곳인 고도지구는 6곳으로 축소된다.
오류 고도지구의 경우 1990년 서울시와 부천시 경계부의 도시확장 방지를 위해 지정됐지만, 이미 일대가 아파트 등으로 개발되는 등 애초의 지정 목적이 사라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법원단지 주변은 지방법원·검찰청이 국가 중요시설이 아님에도 전면 지역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어 도시관리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규제가 해제됐다. 시는 강남 도심 내 효율적 토지이용을 제한한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제시했다.
고도지구와 함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변을 따라 선형으로 지정된 한강 변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도 해제된다. 해당 지역은 그동안 건축물 높이가 4층 이하(완화 시 6층)로 제한돼 규제 완화 요구가 컸다.
이번 구상안은 다음 달 6∼20일 열람공고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쯤 확정된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쌍문동 덕성여대 차미리사기념관을 찾아 북한산 고도지구 현황을 살펴보고 주민 의견을 들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도시 관리의 중요 가치인 경관보호를 유지하는 내에서 과도한 규제로 재산상 불이익을 받은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강북 지역 주민이 더는 불이익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각 같으면 50층, 100층도 하고 싶지만 서울 시내 전체 균형을 맞춰야 해 아주 세심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모든 주민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10∼20년간 이어진 민원을 일정부분 해결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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